YOU HAPPY
바쁜 것이 꼭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유해피심리상담센터 부천점 손영신 상담사입니다 :-)
오늘은 '바쁜 것이 꼭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바쁘다는 말은 시간을 설명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그 말은 대개
마음을 설명하는 말이 됩니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 보면,
피곤함보다 오래된 외로움이,
일정표보다 마음의 풍경이
먼저 보이기 시작하지요.
어떤 분은 일이 끝나자마자 운동을 갑니다.
운동이 끝나면 약속이 이어지고,
집에 돌아와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듭니다.
쉬는 날에도 하루를 비워 두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왠지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충실한 삶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자기 관리도 합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요.
그런데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 마음을 바라본 시간이 있었나요?"
이 질문 앞에서는 많은 분들이 잠시 말이 없어집니다.

바쁜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일에 몰입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운동을 하고 취미를 즐기는 일 역시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다만 상담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정말 시간이 없어서 바쁜 걸까요.
아니면 멈추지 않기 위해 바쁜 걸까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외로움은 잠시 뒤로 미뤄집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허전함도 덜 느껴지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적어도 내 마음을 마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하루는 금세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하루는 빈틈없이 채웠는데
마음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습니다.
약속이 끝나면 또 다른 약속을 찾고,
영상 하나가 끝나면 어느새
다음 영상을 틀고 있습니다.
채워진 것은 하루인데,
비어 있는 것은 마음인 것만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끝내 남겨지는
자리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으로 채워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 자리.
어쩌면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바쁜 것이 아니라,
잠시 잊으려고 바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것이 감정을 일부러
피하려는 행동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너무 오래 반복되어
이제는 삶의 습관이 되었을 뿐입니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혼자 있으면 괜히 답답해져요."
"조용하면 오히려 불안해요."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고요는 쉼이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순간이 되어야
오래 미뤄 두었던 감정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바빠집니다.
계속 움직이고, 계속 만나고, 계속 무언가를 합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
다시 조용히 우리를 찾아옵니다.
별것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의 한마디에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무기력감이
며칠씩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탓합니다.
"왜 나는 이럴까."
하지만 그 감정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들어주지 못했던 마음이
이제야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고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담은 감정을 없애는 곳이 아닙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마음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는 시간입니다.
실망했던 마음도, 표현하지 못했던 서운함도,
괜찮은 척 지나온 외로움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두려움도
사실은 오래전부터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쉽게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하나씩 안고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자리를 결핍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이 가지면
언젠가는 채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빈자리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 자리가 있기에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내일을 기대합니다.
삶은 모든 결핍이 사라질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핍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갈 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바쁨도 우리를 지켜 준 방식이었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버티게 해 주었고,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준 삶의 방법이었지요.
그래서 그 바쁨까지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아주 잠깐이라도
멈추어 보면 좋겠습니다.
멈추어야만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가 있으니까요.
오늘 하루, 잠시 걸음을 늦추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지 않으려고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자기 마음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마음은 참 이상합니다.
억지로 달래려고 하면 더 멀어지고,
가만히 곁에 앉아 있으면 조금씩 말을 걸어옵니다.
애써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외면했던 마음 곁에 조용히 앉아 주는 것.
어쩌면 치유는 그렇게,
아주 조용히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