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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에도 구조가 있다

안녕하세요,
유해피심리상담센터 부천점 손영신 상담사입니다 :-)
오늘은 '무력함에도 구조가 있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했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을 볼 때
쉽게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게으르다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담실에서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그 사람은 왜 그 순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질문이 달라지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집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미안한 마음은 있습니다.
전화 한 통만 하면 될 것 같고,
"미안해."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몇 달을 미루고, 고마운 사람에게 답장을 쓰려다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날도 있지요.
머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해야 한다는 것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 서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변에서는 묻습니다.
"왜 안 했어?"
그러면 당사자는 조용히 대답합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어요."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상담실에서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상담은 바로 그 '못 했다'는 경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이 그 사람을 멈추게 했는지,
그 멈춤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 순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함께 이해하려고 하지요.
우리는 무력함을 너무 쉽게 의지 부족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모든 무력함이 의지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랫동안 반복된 실패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깊은 수치심은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게 만들고,
오래된 상실은 삶을 향해 내딛던 발걸음을 붙잡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사람 안에서는 '하고 싶다'와 '할 수 없다'가
쉼 없이 부딪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무력함에도 구조가 있구나.
사람은 하루아침에 무력해지지 않습니다.
무력함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경험일 때가 많습니다.
반복된 실패는 새로운 시도를 두렵게 만들고,
깊은 수치심은 스스로를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합니다.
관계 속에서 배운 방식은 몸에 스며들고,
어느 순간 우리의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다가가고 싶은데도 물러서고,
어떤 사람은 도움을 받고 싶으면서도
끝내 "괜찮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행동은 단순한 선택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몸에 새겨진 삶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행동에는 분명 책임이 따릅니다.
다만 이해와 정당화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해는 책임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는지를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생각해 보면 구조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우리를 반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를
버티게 해 준 방식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라도,
한때는 우리를 지켜 주기 위해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상담은 그 구조를 서둘러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먼저 바라보고, 이해하고,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함께 찾아갑니다.
변화는 언제나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예전 같으면 넘지 못했을 벽 앞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는 것.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겨우 한마디 꺼내 보는 것.
혼자 버티기만 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도와주세요."라고 말해 보는 것.
겉으로 보면 아주 작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움직임은
이전의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반복에 조금 다른 선택을 더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구조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 구조는 우리를 반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금까지 우리를 버티게 해 준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은 그 구조를 서둘러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먼저 바라보고, 이해하고,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함께 찾아갑니다.
그 순간부터 사람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